딥페이크 성범죄, 처벌은 세졌는데 판결은 왜 갈릴까 — 법에 없는 '정교함'이라는 기준
짧은 답: 2024년 10월 개정으로 딥페이크(허위영상물)는 유포할 생각이 없어도 만든 것만으로, 만들지 않고 보기만 해도 처벌 대상이 됐다. 그런데 실제 재판에서는 “합성 티가 얼마나 나느냐”가 유무죄와 형량을 가르는 사례가 나온다. 문제는 그 ‘정교함’이라는 기준이 법 조문 어디에도 없다는 점이다.
요약
-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2는 사람의 얼굴·신체·음성을 성적 형태로 편집·합성·가공한 행위 자체를 처벌한다. 반포 목적이 없어도 처벌된다(제1항).
- 소지·구입·저장·시청도 처벌 대상이다.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제4항).
- 영리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유포하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제3항). 하한이 있는 형이라 집행유예 폭이 좁아진다.
- 피해자가 아동·청소년이면 적용 법률 자체가 바뀐다. 아청법 제11조는 제작에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구입·소지·시청에도 1년 이상의 유기징역을 정한다.
- 조문에는 “실제와 구분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요건이 없다. 그런데도 합성물의 완성도가 판단에 영향을 미친 사례가 이어진다.
- 최근 1년간 중앙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가 지원한 딥페이크 피해자는 1,807명으로 전년 대비 128% 늘었다(한국여성인권진흥원).
1. 2024년 개정으로 정확히 무엇이 달라졌나
개정 전 허위영상물 조항은 ‘반포등을 할 목적으로’ 편집·합성한 경우를 처벌했다. 유포할 의도가 있었느냐를 따져야 했다는 뜻이다. 개정법은 이 목적 요건을 지웠다. 지금은 만든 행위 자체가 구성요건이다.
두 번째 변화는 수요 쪽을 겨눈 것이다. 소지·구입·저장·시청 처벌 규정이 새로 들어왔다. 직접 만들지 않고 받아서 갖고 있거나 재생해 본 경우도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세 번째는 형량 상향이다. 편집·합성 및 반포의 법정형이 불법촬영물 유포와 같은 수준으로 올라갔다.
행위 유형별 법정형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2)
| 행위 | 조문 | 법정형 |
|---|---|---|
| 편집·합성·가공 (제작) | 제1항 |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 |
| 반포등 (유포) | 제2항 |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 |
| 영리 목적 + 정보통신망 이용 유포 | 제3항 | 3년 이상의 유기징역 |
| 소지·구입·저장·시청 | 제4항 |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 |
| 상습범 | 제5항 | 각 죄에 정한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 |
제3항만 벌금형이 없고 하한이 3년이다. 영리성이 인정되는 순간 처벌의 무게가 다른 층으로 옮겨간다는 의미다.
2. 피해자가 미성년자면 적용 법률이 바뀐다
성인을 대상으로 한 허위영상물은 성폭력처벌법으로, 아동·청소년이 대상이면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로 간다. 두 법의 형량 차이는 크다.
아청법 제11조 주요 항
| 행위 | 조문 | 법정형 |
|---|---|---|
| 제작·수입·수출 | 제1항 |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
| 영리 목적 판매·대여·배포·제공 등 | 제2항 | 5년 이상의 유기징역 |
| 배포·제공, 광고·소개, 전시·상영 | 제3항 | 3년 이상의 유기징역 |
| 제작 알선 | 제4항 | 3년 이상의 유기징역 |
| 구입·소지 또는 시청 | 제5항 | 1년 이상의 유기징역 |
제작죄에는 상한이 없고(무기징역까지 가능), 시청만으로도 하한 1년의 유기징역이다. 양형기준 역시 성인 대상 허위영상물 범죄보다 엄격하게 적용된다.
3. 그런데 왜 결론이 갈리나
처벌 범위는 넓어졌는데 재판 결과는 한 방향으로 모이지 않는다. 보도된 사례들을 유형화하면 갈림길이 두 군데다.
(1) “합성 이미지는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인가”
아청법 제2조 제5호는 성착취물을 이렇게 정의한다.
“아동·청소년 또는 아동·청소년으로 명백하게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이 등장하여 (…) 성적 행위를 하는 내용을 표현하는 것”
실제 아동이 등장하지 않아도 ‘명백하게 인식될 수 있는 표현물’이면 포섭한다는 구조다. 그런데 실제 재판에서는 합성 이미지에 불과하고 완성도가 낮아 성착취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사례가 나왔다. ‘명백하게 인식될 수 있는’이라는 문구를 어느 정도의 사실감까지 요구하는 것으로 읽느냐에 따라 결론이 반대로 갈린다.
(2) “조잡하면 덜 나쁜가”
지인의 얼굴을 합성한 사건에서 “합성사진임을 쉽게 알 수 있을 정도로 조잡하다”는 점이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으로 고려된 사례도 보도됐다. 유무죄가 아니라 양형 단계에서 완성도가 작동한 경우다.
두 유형의 공통점은 하나다. 법에 없는 ‘정교함’이 사실상 판단 요소로 들어와 있다.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2 제1항의 요건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형태”와 “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일 뿐, 실물과 구분이 어려울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여기에 그 요건들 자체가 추상적이라는 문제가 겹친다.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형태’가 어디까지인지, ‘의사에 반하여’를 어떻게 확인할지는 조문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판단자에 따라 폭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전문가들은 화질이나 정교함을 절대적 기준으로 삼기보다 제작 의도, 사실 왜곡 정도, 피해 발생 가능성을 함께 보는 판단 기준이 판례로 축적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뒤집어 말하면, 지금은 그 기준이 아직 쌓이는 중이라는 뜻이다.
4. 피해는 어느 방향으로 번지고 있나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집계 기준 최근 1년간 중앙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가 지원한 딥페이크 성범죄 피해자는 1,807명으로 전년보다 128% 늘었다. 상담·삭제 지원 건수는 1만 8,523건으로 3배 이상 증가했고, 피해자의 92%가 10~20대 여성이었다.
대상도 옮겨가고 있다. 초기에는 연예인 중심이었지만 학교와 직장 등 일상 공간으로 번졌다. 공개된 사진 한 장이면 생성형 AI로 실제와 비슷한 허위영상물을 만들 수 있게 된 영향이다. 한 번 유포된 영상이 텔레그램이나 해외 플랫폼을 통해 반복 재유포되면서 피해가 장기간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5. 자주 묻는 질문
Q. 유포할 생각 없이 만들기만 했으면 괜찮나? 아니다. 2024년 개정으로 ‘반포등을 할 목적’이라는 요건이 삭제됐다.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2 제1항에 따라 편집·합성·가공한 행위 자체가 처벌 대상이다.
Q. 만들지 않고 보기만 해도 처벌되나? 그렇다. 같은 조 제4항이 소지·구입·저장·시청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정한다. 피해자가 아동·청소년이면 아청법 제11조 제5항이 적용돼 1년 이상의 유기징역이 된다.
Q. 얼굴만 합성했고 몸은 다른 사람인데도 해당하나?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2는 “사람의 얼굴·신체 또는 음성을 대상으로 한” 촬영물·영상물을 성적 형태로 편집·합성·가공하는 것을 규율한다. 신체 전부가 본인일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보도된 사건들도 대부분 얼굴 합성 유형이다.
Q. 형사처벌 말고 함께 내려지는 조치가 있나? 있다. 성폭력처벌법 제16조에 따라 형과 함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이 병과될 수 있고, 아청법 제56조에 따라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등에 대한 취업제한이 명해질 수 있다. 취업제한 기간은 최장 10년 범위에서 법원이 정한다.
Q. 삭제하면 없던 일이 되나? 계정이나 게시물을 지웠다는 사정만으로 피해가 회복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 나온 바 있다. 유포된 파일은 다른 경로로 남아 재유포되는 특성이 있다.
Q. 그러면 정교하지 않게 만들면 처벌을 피할 수 있나? 법 조문에 정교함 요건은 없다. 완성도가 낮다는 사정이 일부 사건에서 판단에 영향을 준 적이 있다는 것과, 그것이 면책 기준으로 확립됐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현재 확립된 기준은 없다.
6. 남는 쟁점
입법은 빠르게 움직였다. 목적 요건을 없앴고, 수요자를 처벌 대상에 넣었고, 형량을 올렸다. 반면 그 조문을 개별 사건에 대는 기준은 아직 정리되는 중이다. ‘정교함’처럼 법에 없는 요소가 실무에서 작동하고 있다는 지적, 그리고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 ‘의사에 반하여’ 같은 추상적 구성요건의 해석 폭 문제가 함께 남아 있다.
기술이 바뀌는 속도를 조문 개정이 매번 따라잡기는 어렵다. 결국 판례가 기준을 채워 넣어야 하는 영역이고, 지금은 그 축적이 시작된 구간이다.
참고 법령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시행 2025. 6. 21. / 법률 제20575호, 2024. 12. 20. 일부개정)
- 제14조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 제14조의2 (허위영상물 등의 반포등) — 제1항, 제2항, 제3항, 제4항, 제5항
- 제16조 (형벌과 수강명령 등의 병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 제2조 제5호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의 정의)
- 제11조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의 제작·배포 등) — 제1항~제7항
- 제56조 (아동·청소년 관련기관등에의 취업제한 등)
조문 원문은 국가법령정보센터(law.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기준 시점: 2026년 8월. 이후 개정이 있을 수 있으므로 조문은 위 출처에서 최신 버전을 확인하는 것이 정확하다.
참고 보도: 머니투데이 2026-07-21, 「딥페이크 성범죄 처벌 강화에도 ‘법 해석’ 논란 여전」 (https://www.mt.co.kr/tech/2026/07/21/2026071414433733211)
통계 출처: 한국여성인권진흥원 / 중앙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이 글은 공개된 법령과 보도된 사실을 정리한 것이다. 개별 사건의 결론은 사실관계와 증거에 따라 달라지며, 이 글은 특정 사건의 유무죄나 형량을 판단하지 않는다.